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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2회]Gungnir | 날짜 : 2014-05-20 00:46 | 조회 : 247 / 추천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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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 무당
무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너무 웃긴게 말이야.. 막상 점을 보러 다니고 그 점을 맹신해서 비싼 돈 들여가며 부적까지 사들이는 사람들역시 ‘내 직업은 무당이오~’라고 하면 다들 거북스러운 표정들을 짓더라구. 아.. 당신은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구? 거울이나 보고 얘기하지 그래. 갑자기 표정이 굳어 버렸잖아. 표정을 감추지 못 하는 걸 보니 거짓말 못하는 성격 이겠구만. 뭐.. 상관 없어. 내 소개를 할게. 별로 궁금하지 않다구? 그래도 좀 들어봐. 내 나이는 서른 둘이야. 서른이 넘었다고 해도 불과 몇 년 전 까지는 꿈 많은 청년 이었지.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나름 소질도 있는 편이라 자잘한 대회에서 곧잘 상을 타기도 했었지. 미대에 간다고 할 때 부모님이 그림 그리는 걸로는 전망도 없다고 무척이나 말리셨지만 결국 내 고집을 꺾지는 못 하셨지. 그런데 부모님 말씀이 맞았던 거야. 막상 졸업을 하고 보니 할 게 없는 거야. 나도 생각이란 걸 하고 살았으면 산업 디자인이나 시각 디자인 쪽을 생각해 봤어야 했는데 단지 그림 그리는 것만 좋아 회화과를 다녔었거든. 여러 가지 대회에서 수상도 하고 했어야 했는데 난 우물 안 개구리였지. 나만큼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주위에 널리고 널렸던 거야. 대학에 합격을 한 게 기적이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던 거야. 유학이라도 다녀와야 대접도 받고 어디 가서 명함이라도 내보일 텐데 우리 집이 날 유학 보내 줄 만큼의 여유는 안 되었거든. 동네에 자그마한 학원이라도 차려 볼라 하니 그것 또한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상황이다 보니 백수 생활을 시작했어. 하는 일 없이 용돈을 타서 만화방과 PC방을 오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것도 눈치가 보여 노는 게 노는 게 아니더라구.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잔소리에 말대꾸를 하다 홧김에 집을 나왔어.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비참한 생각이 눈물이 흘렀어. 그냥 죽어 버릴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때 그게 바로 눈에 띄인거야. 왜.. 그거 있잖아. 조금 허름한 동네라면 몇 개 씩 있는.. ‘절’ 표시 같은 깃발 말이야. 주머니를 뒤져보니 꼬깃꼬깃 한 만 원짜리 몇 장이 있던군. 아버지가 어머니 몰래 용돈 하라며 주신 몇 만원. 하도 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들어갔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오네. 나 한테 백수 냄새가 물씬 풍기는지 취업 때문에 왔구만~ 이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직업소개소 직원 같은 말만 하는 거야. 화낼 기운 도 없고 그냥 돈만 날리고 ‘내가 미친 놈이지’라는 말만 중얼대며 집으로 돌아갔어. 내 방에서 누워 생돈 날렸다 싶어 속을 끓이다 보니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거야. 쪽팔린 얘기지만 그때 상황에서는 최선이다 싶었어. 고민 끝에 어머니에게 친구와 동업으로 학원을 차릴거라 말씀 드리고 도움을 청했지. 어머니는 한숨을 내 쉬며 하나밖에 없는 아들 뒤도 못 밀어 줘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시고는 천오백만원이 담긴 통장 하나를 내미셨어. 죄스러운 마음은 들었지만 꼭 갚아 드리겠다 다짐을 하며 통장을 받았어. 어머니께서 주신 돈으로 옥탑방 월세를 얻고 점집에서 쓰는 물품을 파는 ‘만물상’이라는 곳에서 이것저것 사서 옥탑방을 채워 놓으니 제법 점집 분위기가 나더라구. 드디어 깃발을 걸었지. 그리고 ‘산신 보살’이라는 그럴듯한 간판도 내 걸었어. 신 내림은 받았냐고? 에이~ 그런 거 필요 없었어. 그냥 눈치만 좀 있으면 되는 거야. 내가 어릴 적, 집안 사정상 큰집에서 지냈어야만 했었어. 눈칫밥을 오래 먹다 보면 남들보다 눈치가 좀 빨라져. 그 경험이 그리 도움이 될 줄은 나도 몰랐던 거지. 자.. 내 얘길 들어봐. 4,50대 아주머니가 손님으로 들어왔어. 그럼 뻔 한 거 아니야? 남편 문제 아니면 자식 문제라는 거지. ‘자식 문제로 왔구만~’ 딱 이러면 얼굴색이 달라져. ‘예예.. 맞습니다’ 열에 아홉은 이런 반응이 나와. 근데 예외도 있는 법. 황당한 얼굴을 하고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 그럴 때는 기선 제압을 하는 거야. ‘문제가 있다는 걸 자네가 모르는 게야. 조금 지나면 알게 돼. 남편이 속을 썪이는 구만. 쯧쯧‘ 이렇게 큰 소리를 치면 바로 고개를 숙이게 되어 있어. 아가씨로 보이는 여자가 들어 온다. 이건 바로 남자 문제야. 결혼 문제도 포함 되지. 여름에 물조심, 겨울에 불조심. 아주 당연한 얘기지. 어떨 때는 그냥 하소연만 들어주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충고만 해주고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복채를 놓고 가는 경우도 있었어. 실컷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 지는 건 당연한 거니 돈이 아깝다고 돈을 돌려 달라는 인간도 없었고 말이야. 보통 30분에서 한 시간 쯤 상담 아닌 상담을 해주고 복채를 3만원을 받는데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어. 가끔 사람을 봐가며 부적도 팔았지. 부적을 쓰지 않으면 큰 일이 생긴다는데 보통은 찝찝해서라도 부적을 사가기 마련이거든. 보통 10만원에서 100만원을 불렀어. 가격? 이거는 그때그때 달라. 사람 행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거지. 부적이야 대충 한문 비슷하게 그려주면 되는 거였어. 아주 남는 장사지. 내가 이쪽에서 성공 운이 있는 건지 처음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입소문을 타고 내림 굿을 받은지 얼마 안 되서 족집게네 뭐네 하면서 손님이 줄을 잇는 거야. 내 최고의 날은 대통령 당선자를 맞춘 날이지. 보통 선거기간에 당선자는 거의 판가름 나잖아. 두 명이 우세하고 나머지는 들러리지. 둘 중 하나를 찍었을 뿐인데 그게 맞은 거야. 어느 순간부터 거물들이 찾아 오더라구. 수입이 정말 짭짤했지. 부적하나 써 주고 몇 백만원 우습게 챙겼지. 사람 운이라는게 참 요상해. 한번 운이 트이니 정말 걷잡을 수 없이 트이기 시작하는 거야. 내가 찍어준 주식에 투자를 하면 금방 열배.. 아니 스무배까지 불어나고.. 흠.. 그때 내가 주식에 투자를 했다면 정말 더 크게 벌었을 텐데 말이야. 응? 틀린 적은 없냐고? 왜 없겠어. 나도 사람인데.. 돈을 잃은 사람이 따지러 오면 한마디 하지. 부적을 안 써서 액을 막을 수가 없었노라고.. 가끔 멱살도 잡히고 험한 꼴도 당하긴 했지만 그래서 손님이 끊긴다거나 법적으로 고소를 당한 적은 없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인거지. 훗.. 더 우스운건 말이야. 소문이라는 게 어떤건지 알거야. 원래 소문이라는 건 마구 부풀어지게 마련이잖아. 나에 대한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알아? 내가 찍어준 주식에 투자를 하면 백프로 돈 방석에 앉는다는 소문이 돈 거야. 부담이 되더라구. 어차피 모아놓은 돈이 많아 평생 돈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싶어 모든 걸 정리하고 이 바닥을 뜨려했지. 한참 정리를 하던 중에 검은 양복을 입은 놈들이 떼로 들이닥친 거야. 무척이나 놀라 반항을 해봤지만 내가 무슨 힘이 있겠어. 그 놈들은 정중하긴 했지만 강압적으로 날 끌고 차에 태우더군. 영화에서처럼 눈가리개를 하고 차로 한참을 달렸어. 도착을 해서는 눈가리개를 풀어줬어. 내 눈앞에는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날 환영한다며 악수를 청했어. 사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나의 조언이 필요해서 날 초대했다고 하더군. 말이 초대지 완전히 난 감금을 당했어. 나에게 찾아왔던 손님 중에 한 사람과 이해관계가 있었던 놈은.. 내 손님의 선택 때문에 큰 손해를 입었었나봐. 내 손님은 그 선택으로 인해 대박이 나고 말이야. 가끔 사업적인 조언도 해주곤 했었거든. 물론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찍기식이었지. 아무튼 이 놈은 표면적으로 내 손님의 선택이었지만 내 입김이 닿았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나에 대해 뒷 조사를 했던거야. 그때는 이미 내 소문이 너무 과하게 나 있는 상태였고. 이 놈은 그 소문을 믿었던 거지. 이놈은 나에게 복수도 할겸 나의 힘을 독점하려 날 납치했던 거지. 우습지 않아? 나한테 무슨 힘이 있다구. 난 단지 남들보다 늦게 운이 트인것인데 말이지. 난 반항을 했어. 난 힘도 없고 그냥 사기를 쳤을 뿐인데 우연하게 맞아 떨어진 것뿐이라고..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 주면 납치에 관한건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고. 그놈은 절대 믿지 않더군. 그 놈은 코웃음을 치더니 날 쇠창살이 있는 지하의 방으로 가둬놨어. 그리곤 말했어. 사기를 쳤다는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엉뚱한 주식을찍어 손해를 끼칠시에는 손가락을 한개씩 자르겠다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아무거나 찍어댔지. 훗..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찍어준 주식이 모두 맞아떨어진거야. 젠장.. 죽기전에는 풀려날수 없는 운명이 된거였지. 그곳에 갇힌지 두달쯤 됐을까? 난 식사에 딸려나온 젓가락을 날카롭게 갈아 자살을 시도했어. 그후에 어떻게 됐냐고? 눈을 떠보니 팔다리가 잘려나가 있더군. 다시는 탈출도,자살시도도 하지 못하게 한다는 나름대로의 배려지. 그들이 한가지 실수한것은 나의 이를 모두 뽑지 않았다는 거야. 독한맘 먹고 혀를 깨물었지. 훗.. 자살은 성공을 했고 나는 드디어 자유를 얻은거야. 내 얘기를 들어주어서 고마워. 무척이나 심심했는데.. 참.. 자네도 무당한번 해보지 그래? 수입도 짭잘하고 죽은사람의 말소리를 듣는사람은 극히 드물거든. |
[정지2회]Gungn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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